가구 공방이나 건설현장에서 나오는 나무 냄새를 맡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숲에서 나오는 피톤치드와는 거리가 멀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목재 분진은 석면·벤젠과 동일한 ‘1군 발암물질’이다. 코막힘이나 콧물 같은 사소한 증상으로 시작해 코안을 파고드는 치명적인 암, ‘비강암’의 주범일 수 있다. 이번 주제는 익숙함에 속아 간과하기 쉬운 목재 분진의 치명적인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다.비염인 줄 알았는데 … 코안에서 자라는 암‘비강암’은 콧속 공간에 생기는 악성 종양이다. 초기 증상이 감기나 비염, 축농증과 매우 흡사하다는 특징이 있다. 잦은 코막힘, 콧물, 원인 모를 코피, 후각 저하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환자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하지만 병이 진행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암세포가 주변으로 퍼지면서 한쪽 뺨이 붓거나, 눈이 돌출되고, 극심한 안면 통증과 시력 저하까지 유발할 수 있다. 코는 단순히 숨 쉬는 기능만은 하는 것은 아니다. 코는 뇌와 눈 등 중요 기관과 인접해 있어, 암의 전이가 더욱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소해 보이는 코의 이상 신호가 반복된다면, 꼭 병원을 찾아야 한다.가구·건축·인테리어, 일상에 스며든 1급 발암물질비강암의 가장 큰 직업적 원인은 바로 ‘목재 분진’이다. 나무를 자르고, 깎고, 표면을 다듬는 모든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톱밥들이 발생한다. 가구 제조, 건축 내장 공사, 인테리어, 목공예 등 관련 직업군은 모두 고위험군에 속한다.특히 참나무, 너도밤나무 같은 활엽수 분진은 침엽수 분진보다 발암 위험성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목재 분진의 미세입자들은 호흡기를 통해 코 안 점막에 달라붙어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킨다. 수십 년간 염증과 회복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세포 DNA에 돌연변이가 발생하고, 결국 암으로 발전하는 것이다.최근 산재로 인정된 조선소 목공 A씨의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그는 2022년 12월, 한 달 넘게 이어진 왼쪽 코막힘으로 병원을 찾았다. 처음에는 단순한 코 물혹(폴립)으로 생각했지만, 조직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2023년 1월 그는 코안쪽 공간에 생긴 암, ‘상악동암’으로 최종 진단받았다. 4개월 뒤 A씨는 상악동 일부를 절제하는 대수술을 받아야만 했다.그는 30년 넘게 목재 분진 속에서 일했다. 1990년부터 여러 조선소에서 선박 내부 의장품을 만들었으며 그라인더와 톱으로 목재를 자르고 사포로 표면을 다듬는 일을 반복했다. 특히 안전 규제가 미비했던 1980~90년대 제대로 된 보호구 하나 없이 흩날리는 톱밥과 목재용 접착제 유증기에 그대로 노출됐다.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비강암을 직업성 암으로 인정했다. 공단은 목재 분진이 비강암을 유발하는 것이 명확한 1급 발암물질이라는 점과 목재용 접착제에서 나오는 포름알데히드의 발암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30년간의 직업적 노출이 암의 원인이었음을 인정한 것이다.‘단순 코감기’라는 안일함, 직업력 의심해야 할 때목재 분진에 대한 경각심은 현저히 낮다. ‘자연에서 온 것이니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질병을 키운다. 작업장에서 마스크 착용을 소홀히 하거나, 환기 시설이 미비한 곳에서 일하는 것은 스스로를 1급 발암물질에 무방비로 노출시키는 것과 같다.목재 분진과 관련한 직종에 종사하면서 만성적인 코막힘이나 후각 저하를 겪고 있다면, 즉시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 진찰받고, 반드시 자신의 직업과 작업 환경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 정확한 진단과 직업성 암 인정의 결정적 단서가 될 것이다.사업주는 국소 배기 장치나 집진기 등 환기 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노동자에게 성능이 검증된 1급 방진 마스크를 지급해야 한다. 노동자도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안전 장비 착용을 생활화해야 한다.노무법인 이산 암산재연구소장 (pdy8691@hanmail.net)